해녀들이 바닷속에서 물질을 하면서 겪는 대표적인 직업병이 바로 '숨병(잠수병)'입니다. 숨병이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 걸까요? 또한 이를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요? 제주 해녀들의 생생한 경험과 전문가 조언을 통해 숨병의 원인과 예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는 주인공인 아이유의 엄마가 숨병으로 사망하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물질(해녀들이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마치고 나온 그녀는 허리를 쭉 펴며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어요. “오늘은 좀 덜하네. 근데 이놈의 숨병은 참 지독혀.” 그녀의 말에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숨병이 뭐길래 이렇게 힘들어 보일까?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니, 숨병이란 단순한 피로나 감기가 아니라 해녀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잠수병(감압병)의 제주식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이 질병을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다’는 의미에서 ‘숨병’이라 부르죠. 지금도 많은 해녀분들이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데요, 과연 숨병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요?
숨병(잠수병)이란 무엇인가요?
숨병은 해녀들이 물질을 하면서 급격한 압력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병입니다. 학문적으로는 '잠수병' 또는 '감압병'이라고 부르죠.
✅ 숨병이 발생하는 원리
해녀들은 물속에서 오랜 시간 머물다가 짧은 숨비소리(숨을 내뱉는 소리)와 함께 급격히 수면으로 상승합니다. 이때 몸속에 용해된 질소가 갑자기 기포로 변하면서 혈관을 막거나 신경을 손상시키는 것이 숨병의 원인이죠.
⚠️ 주요 증상
숨병에 걸리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주로 아래와 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 극심한 관절통 – 특히 무릎이나 어깨, 허리에 통증이 심하게 발생
- 호흡곤란 및 가슴 답답함 – 심한 경우 호흡곤란으로 응급 상황이 올 수도 있음
- 피로감 및 어지러움 – 물질 후 몸이 무겁고 피곤이 쉽게 풀리지 않음
- 마비 증상 – 중증일 경우 신경이 손상되면서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음
- 기억력 감퇴 및 집중력 저하 – 장기적으로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
해녀분들은 오래전부터 이 증상을 '숨병'이라고 불러왔고, 심한 경우 몇 날 며칠을 앓기도 했다고 합니다.
해녀들은 왜 숨병에 취약할까요?
숨병은 단순히 ‘물질을 오래 해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해녀들이 특히 숨병에 취약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무호흡 잠수 방식
- 일반적인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해녀들은 공기탱크 없이 맨몸으로 잠수합니다.
- 공기 공급 없이 수면과 심해를 오가다 보니 압력 변화에 급격히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 짧은 휴식 시간
- 전통적으로 해녀들은 하루에 3~4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물질을 합니다.
- 물속에 있다가 쉬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몸이 적절히 회복될 시간이 부족합니다.
- 고령 해녀의 증가
- 제주 해녀의 평균 연령이 65세 이상으로 고령화되면서 신체 회복력이 떨어지고, 숨병에 더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숨병을 예방하는 방법
숨병은 발생하면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해녀분들은 물론,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분들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1️⃣ 천천히 상승하기
수면으로 올라갈 때는 급하게 오르지 않고 천천히 상승해야 합니다. 해녀들은 숨이 차오르면 본능적으로 빨리 올라가려고 하지만, 짧은 순간에도 압력 변화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물질 후 충분한 휴식
하루 3~4시간씩 물질을 하면 숨병이 올 확률이 높아집니다. 물질 후에는 최소 10~15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입수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일정 수심 이상 내려가지 않기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은 숨병 위험을 높입니다. 보통 10m 이상 내려가면 위험성이 증가하므로, 본인의 체력과 경험에 맞춰 적절한 수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수분 섭취 및 체온 유지
탈수 상태에서는 혈액 내 기포 형성이 더 쉬워집니다. 물질 전후로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물질 후에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 방문
숨병 증상이 나타났다면, 절대 무리하지 말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고압산소 치료(하이퍼바릭 챔버)가 대표적인 치료법이며, 초기에 조치하면 회복이 훨씬 빠릅니다.
제주 해녀들의 지혜, '숨비소리'
해녀들이 물질을 마친 후 내뱉는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합니다. 이 소리는 단순한 호흡이 아니라, 폐 속 잔여 질소를 배출해 숨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적인 방식이었던 거죠.
마무리하며
제주 해녀들은 수백 년 동안 바다에서 생계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숨병은 여전히 그들의 삶을 위협하는 질병입니다. 최근에는 해녀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고압산소 치료 시설을 마련하거나, 안전한 물질 환경을 조성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숨병은 단순한 직업병이 아니라,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건강 상식입니다. 해녀뿐만 아니라,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분들도 참고해서 건강한 바다 생활을 하시길 바랍니다!
Q&A (자주 묻는 질문)
Q1. 숨병은 해녀들에게만 생기나요?
A1. 아니요.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사람들도 잠수병(감압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Q2. 숨병은 치료가 가능한가요?
A2. 네, 고압산소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한 경우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Q3. 숨병 예방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A3. 급격한 상승을 피하고, 물질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Q4. 숨병이 오래 지속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A4. 관절염, 신경 손상, 만성 피로, 기억력 감퇴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Q5. 해녀가 아니어도 숨병이 발생할 수 있나요?
A5. 네, 깊은 바닷속에서 급격한 압력 변화를 경험하는 모든 사람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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